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휠체어 이용 장애인에게 비행기 이용은 예매부터 탑승 수속까지 너무 많은 절차가 있습니다. 비행기에 탑승하더라도 열악한 편의시설에 이동조차 힘들고 화장실은 언감생심입니다. 장애인도 자유롭게 비행기를 탈 수 있도록 보장하십시오!”

12일 인천국제공항에 모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촉구했다.

전장연은 비행기는 물리적 거리의 이동을 획기적으로 단축시키는 이동수단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예매부터 탑승과정, 탑승 후까지 비행기를 이용하는데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전동휠체어의 경우 장애인 당사자의 전동휠체어 이용 여부뿐 아니라 배터리의 분리 가능 여부, 건·습식 사항, 잔여량 표기 여부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전동휠체어의 종류에 따라 탑승을 제약하고 있다는 것.

또한 전동휠체어를 탄 채 비행기에 탑승하지 못해 수차례 휠체어를 갈아타야만 이용할 수 있고, 기내용 휠체어로 바꿔 타기 위한 보조 장치 등 설비가 마련돼 있지 않아 승무원이 직접 장애인 당사자의 신체를 옮기는 등 탑승 과정에서 부상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지적이다.

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개최된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보조기기위원회 박현 위원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개최된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보조기기위원회 박현 위원장.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장연 보조기기위원회 박현 위원장은 “비장애인과 다르게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비행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너무나 많은 관문이 있다. 전화로 예매할 때부터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라고 말을 해야 하고 전동휠체어의 모델, 높이, 너비, 배터리의 종류까지 말해야 한다. 그런데 기껏 말해놓고 공항에 오면 다시 직원들에게 처음부터 설명을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전동휠체어를 탄 채 비행기에 탑승할 수 없어 신체의 일부와도 같은 내 휠체어에서 몸이 떨어져 누군가에게 몸을 기대 기내용 휠체어로 갈아타야 할 때면 모멸감까지 든다. 이러한 복잡한 절차들을 위해 남들처럼 1시간 일찍 오는 게 아니라 2~3시간은 일찍 와야 하고, 나의 안전과 편안함이라는 이유로 먼저 탑승까지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나의 안전과 편안함을 위함인가, 항공사의 편리와 항공지연을 막기 위함인가”라며 “이러한 불편의 모든 책임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에게 떠넘기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항공사는 안전하고 편안한 비행기 이용을 자신들의 입장이 아닌 장애인 고객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국제공항 창구에 붙여진 ‘장애인도 비행기 타고 이동하고 싶습니다!’ 스티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인천국제공항 창구에 붙여진 ‘장애인도 비행기 타고 이동하고 싶습니다!’ 스티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해외 항공사에서는 전동휠체어에 탄 채로 좌석을 이용할 수 있는 전동휠체어 이용자 전용 좌석을 마련하기도 한다.

특히 미국은 올해 7월 125석 이상의 좌석을 갖춘 단일 통로형 항공기의 경우 장애인 승객과 승무원이 함께 들어가서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큰 화장실을 하나 이상 갖춰야 하는 규칙을 제정해 의무화했다.

이처럼 해외에서는 전동휠체어를 탄 채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는 등 장애인 당사자의 욕구와 편의를 반영한 권리로서 접근권을 보장하는 추세이지만, 여전히 국내 항공사는 기내 장애인용 화장실도 휠체어에 탄 채로 이용하기 불편한 등 편의시설을 제대로 설비하지 않아 실질적 이용에 제약이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에게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위한 요구안과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가 아시아나 항공 관계자에게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위한 요구안과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는 모습.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서권일 활동가는 “얼마 전 일행들과 제주도를 갔다. 그런데 기내형 휠체어는 보정 장치가 없어 불편했을뿐더러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물조차 맘 놓고 마시지 못했다”며 “외국에서는 자신의 전동휠체어를 탄채 비행기에 탑승하고 화장실도 잘 마련돼 있다고 한다. 대체 우리나라 항공사가 무엇이 모자라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전장연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이 자리에서 말하는 휠체어 이용 장애인들의 증언들이 비행기 수속부터 탑승 과정, 탑승 후까지 장애인들이 차별받고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의 대중교통에 대한 자유롭고 편리한 이용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과 헌법에서부터 명시돼 있다”면서 “우리는 각 항공사에 장애인의 자유로운 비행기 이용을 위한 요구안과 면담 요청서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달 말까지 진지하게 답변을 달라. 우리의 권리를 더 이상 무시하지 말라”고 피력했다.

이에 전장연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항공, 티웨이 항공에 장애인 비행기 이동권 보장을 위한 요구안과 함께 면담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 요구안에는 ▲휠체어 접근 가능한 기내 편의시설 확보 ▲이용자 체격 고려한 기내용 휠체어 종류 다양화 ▲좌석간 거리 넓은 좌석 무료제공 및 와상 장애인 좌석 보장 ▲휠체어 이용자 탑승 시 기체 탑승장 브리지 의무 배치 ▲ ▲의료장비·보장구 등 추가 화물 무료 지원 ▲전동휠체어 상세 정보 자체 확인 및 배터리 제한 해제 ▲전동휠체어 이용 시 기내 탑승 시 휠체어 1회 교체 등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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