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서울시민의 복지 증진과 서울의 교육 백년대계를 책임지는 서울시장‧서울시교육감께 시민으로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1급 자폐성 장애인을 38년째 돌보며 장애인 복지현장에서 30여 년 종사하고, 2021년 은퇴한 70대 중반의 서울시민입니다.

얼마 전 언론 보도를 보니 학생 수 부족으로 올해 3월 문 닫은 서울 화양 초등학교와 내년 4월 폐교 예정인 도봉 고등학교를 외국인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시립 유스호스텔로 개발하는 방안을 서울시장이 서울시교육감에게 제안해 이를 추진한다고 합니다.

먼저 교육보다 중국 단체 관광객이 대거 방한할 것이란 예상에 관광객 숙소가 우선이며, 민간 영역에서 할 숙박업을 서울시와 교육청에서 하겠다는 발상에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유커들 숙소가 특수교육보다 우선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서울의 특수교육은 특수학교와 특수학급 부족으로 입학 적령기에 입학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하고, 가까운 곳에 특수학교가 없어서 장거리 통학 고통에 시달리는 장애인과 부모들이 얼마나 많은지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요? 전국의 장애인 402명이 특수학교 부족으로 초등부 입학을 유예했다는 보도는 이게 나라인지 의심스럽습니다.

최근의 장애인 부모와 특수교사 간의 고소와 소송이 왜 발생했는지 그 원인을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특수학급에 자녀를 보내는 부모들에게 교사나 비장애인 부모들이 ‘왜 장애인은 특수학교에 가지 일반학교에 와서 문제를 일으키느냐? 특수학교에 가라’라고 비난을 하는데, 특수학교에 가고 싶어도 과밀학급으로 갈 수가 없어서 교육지원청에서 배정해 가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특수학급에 갔으며 조그만 문제가 있어도 부모들을 죄인 취급하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의 아들은 특수학교가 부족해 서울대학교 입학보다 더 힘들다는 시절인 1993년에 정말 시험을 보고, 가까운 곳에 특수학교가 없어서 영등포에서 송파구와 성남시 경계가 있는 특수학교에 버스 타고, 지하철 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20여 분을 걸어서 가는 통학을 4년간 했습니다.

세상에 특수학교에 시험을 봐서 입학하는 나라가 지구상에 대한민국 말고 또 있을까요? 지금은 당시보다 더 특수학교가 부족해 수많은 장애인 부모들이 매일 한 시간에서 두 시간의 통학 고통에 시달리고 있어도, 교육청에서는 특수학교 증설 의지가 전혀 없다는 데 대해 부모들은 분노 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과 교육감 자녀가 이런 통학의 고통에 시달려도 방관하시겠습니까?

또 다른 언론의 보도는 갈 곳 없는 탈북민 학생들의 교육기관인 여명학교가 학령인구 감소로 2020년 1월 폐교된 가양동 염강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됐다고 하는데, 폐교를 3년 가까이 방치하면서도 특수학교로 전환할 생각도 하지 않는 건 교육감의 직무유기입니다.

서울에는 인구 감소로 학생 수 240명 이하의 미니초등학교가 작년 42곳에서 4년 후 80곳으로 늘 것이라고 하는데, 초등학교 학생 수가 줄어들면 중‧고등학교도 학생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수년 내 초‧중‧고등학교가 폐교되거나 통합하는 사태가 속출할 텐데도, 특수학교 증설에는 전혀 계획조차 없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중랑구 장애학생들의 통학 고통을 덜어 주기 위해 특수학교 부지까지 확보하고도, 교육감의 의지 부족으로 10년 가까이 방치 하고 있는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강서구에서 폐교를 특수학교인 서진학교로의 전환을 추진할 때 주민들의 반대로 부모들이 삭발하고 무릎까지 꿇는 굴욕의 현장에서도 교육감은 주민 눈치 보느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교육감 선거에 필요한 표가 장애인과 부모들의 인권까지 말살해야 합니까? 장애인과 부모들도 표 있습니다. 장애인과 형제자매, 부모들이 똘똘 뭉치면 서울시장과 서울시교육감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엄청난 표가 있다는 걸 무시하지 마십시오.

경기도에서 발생한 장애인 부모와 특수교사 고소는 학생의 행동이 특수학교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특수학급에서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키게 됩니다. 특수학교만 충분해 특수학급에 가지 않으면 이런 사태는 절대 발생하지도 않고, 교사와 부모의 갈등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지금 특수교육 현장은 초등학교 특수학급에 재학 중인 학생이 중학교에 진학할 때면, 중학교 특수학급 부족으로 특수학교로 가야 하는 사례가 많은데, 특수학교에는 기존 초등부에서 중학부로 진학하는 학생들을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특수학급 출신들을 수용할 수 없고, 이로 인해 특수학급 재학생들의 부모는 ‘왜 특수학교 재학생만 우선권을 주느냐?’라며 항의하고, 교육청에서 장애인 부모들을 편가르기 하고 입학과 진학을 두고 부모끼리 반목하고 원수로 만들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폐교를 이용한 숙박업 진출을 추진하는 두 분께 특수학교 부족으로 통학의 고통을 겪는 장애인과 부모들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이런 고언을 드리니 즉시 계획을 세워 추진하기 바랍니다.

이미 폐교된 화양초등학교와 폐교 예정인 도봉고등학교를 특수학교로 리모델링 해 빠른시일 내에 개교해서 장애인과 부모들의 통학 고통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미니 초등학교를 미리 통폐합해 서울에 특수학교 10곳만 증설하면 급한 불을 끄고, 향후 특수학교 과밀학급 정도에 따라 추가 증설을 하기 바랍니다.

교육은 국민의 4대 의무이고, 특히 특수교육은 초. 중. 고등학교까지 의무교육임에도 학교가 부족해 의무교육을 받지 못한다면, 이는 전적으로 교육부와 시‧도 교육감들의 책임입니다. 의무교육을 이행하지 않으면 부모가 과태료 처분을 받는데, 의무교육을 받고 싶어도 학교 부족으로 받지 못한다면 교육감이 처벌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서울시는 장애인 탈시설 문제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갈등을 빚고 있는데, 서울시가 탈시설을 망설이는 이유는 천문학적으로 소요되는 예산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장애인 탈시설화는 50년, 100년이 가도 안 됩니다. 이유는 서울에 있는 장애인거주시설 입주자를 지역사회로 자립시키는 데는 주거 마련 비용과 활동 지원사 지원 비용, 관리비 등 수십 조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그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겠어요.

지금 70대 이상 생활 능력을 상실한 장애인 부모들이 돌보는 고령 재가 발달장애인들 문제는 탈시설보다 더 시급합니다. 재가 장애인들은 부모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데, 탈시설을 이유로 신규 거주시설 허가도 내 주지 않음은 물론, 신규 입소마저 봉쇄되고 있어서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전부 굶어 죽거나 겨울에 거리에서 얼어 죽게 되는 현실이지만,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에서는 이런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 장애인 부모들은 죽을 때 자식들과 함께 죽어야 하는 운명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는 왜 이래야 합니까? 장애인과 장애인 부모도 서울시민입니다. 왜 홀대 받고 우리가 납부하는 세금조차 우리 자식들을 위해 사용하지 못합니까?

저는 서울시장께 탈시설과 재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해결책으로 이런 건의를 합니다. 폐교를 특수학교로 전환하고도 남는 학교가 많게 됩니다. 미니 학교를 조기에 통폐합하고 그 학교를 재가 발달장애인을 위한 그룹홈으로 리모델링해 고령자 순으로 입주시키고 부모가 세상을 떠나도 즉시 입주하게 조치하고, 재가 장애인 문제가 해결되면 순차적으로 거주시설장애인 중 원할 경우 그룹홈에 입주시켜 탈시설의 대미를 장식하게 하십시오.

폐교를 그룹홈으로 전환하면 장애인들이 지금처럼 깊은 산속 옹달샘이 있는 감옥 같은 곳에서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주민들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고, 예산도 훨씬 절감할 수 있으니 장애인들의 인권이 향상되고, 삶의 질도 향상돼 부모들이 죽을 때 눈을 감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개인의 문제가 아닙니다. 전국의 발달장애인과 중증장애인 부모들의 피 끓는 호소이니 부디 가볍게 여기지 마시고, 하루빨리 계획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기를 장애인 부모들을 대신해 간곡히 호소합니다.

고령의 장애인 부모들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이글은 권유상 전 한국장애인부모회 사무처장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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