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워터멜론. ⓒtvN반짝이는 워터멜론. ⓒtvN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은 음악에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코다(CODA) 소년 은결(려운)이 1995년으로 타임슬립해 어린 시절의 아빠(최현욱)와 함께 밴드를 하며 펼쳐지는 판타지 청춘 드라마이다.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s’의 줄임말로 청각장애(농인)를 가진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자녀를 일컫는 말이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농인은 귀머거리, 벙어리 등으로 인식되고 있다.

극중 코다(CODA) 소년 은결은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청인 코다로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코다는 농인 부모에게서 농인 문화와 수화 언어를 습득하는 동시에 청인 중심 사회에서는 청문화와 음성언어를 접하며 성장한다.

코다는 부모의 장애로 인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과도한 수어 통역을 요구받고, 부모에게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들으며 남들보다 빨리 어른이 되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인 은결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반듯하고 성실하며, 의젓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필자는 은결의 모습 속에서 기특함을 느끼면서도, 그가 사회적 환경에 의해 자기 스스로를 그렇게 만들어 온 것은 아닌지 씁쓸함이 들었다.

주인공 은결은 동사무소와 은행에 갈 때, 이사할 때, 엄마가 산부인과에 갈 때 따라가 통역을 했다. 어른들끼리의 싸움이 붙을 때면, 육두문자를 걸러 전달하기도 한다. 그는 언제 어디에 있다가도 자신의 시간을 포기하고 가족의 통역을 위해 달려와야 하는 삶을 당연하다는 듯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아이는 아이 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철이 일찍 든 주인공 은결을 보고 있노라면 국가가 얼마나 많은 사회적 책임과 부담을 개인에게 지우고 있는지를 체감한다. 물론 코다라는 존재는 농인사회와 청인사회를 연결해주는 브릿지와 같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인공의 대견함보다는 늘 자신이 하고 싶은 일보다 평생 가족들을 대신해서 말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 아이의 삶이 어떠한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주인공 은결에게는 3개의 세계와 3개의 언어가 있다. 침묵의 세계, 소리의 세계, 그리고 음악의 세계, 수어, 구어, 그리고 음악이다. 부모가 농인(청각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했을 때, 오래된 악기점인 ‘비바 뮤직’을 운영하는 할아버지를 통해 기타를 배웠고, 음악이라는 세상에 눈을 떴고, 음악이 위로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동과 청소년의 성장기는 가치관과 정체성의 기초가 확립되는 시기이다. 필자는 주인공 은결이 성장하는 과정속에서 청인 사회에도, 농인 가족들 사이에서도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찾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었으리라 짐작된다. 신체적으로는 청각장애인이 아니지만, 문화적으로는 농인과 청인의 경계에서 혼란을 느끼는 것이다.

또한, 많은 경우, 말을 배우고 수어를 익히면서, 부모와 세상을 연결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스스로 상기시키며, 무겁고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앞서 살펴본 드라마에서도 주변 어른들은 주인공 은결을 책임감이 강하고 어른스러워서 뉘집 아들인지 부럽다. 부모만 잘 만났어도로 시작되는 말들을 듣는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문제는 그런 칭찬이나 안타까움이 아니라 ‘아이로서의 코다’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를 넘나들면서 농인, 청인과는 다른 경험을 하고, 이로 인해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코다 중에서도 서로 다른 정체성이 있다. 가족 중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코다(형제자매가 농인이거나 외동인 경우), 부모가 후천적 청각장애이거나 자식들은 모두 소리를 들을 수 있거나 해서 자신 외의 다른 청인 가족이 있는 코다의 삶은 다를 수밖에 없다. 드라마 주인공 은결은 가족이 전부 농인이고 자신 혼자만 코다인 경우로, OHCODA(Only Hearing Child of Deaf Adult)라고 부른다.

또한, 아이들이 커가면서, 소통의 매개체가 되는 가운데, 정작 코다 스스로는 국가나 부모의 지원, 버팀목 하나 없이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정부에 등록된 청각장애인은 약 40만 명인데, 이들 자녀에 대한 현황이 파악되지 않고, 법제도와 정책적 지원도 미비한 상태에 머물러있다.

생각건대, 많은 코다들이 부모와의 의사소통이 어려워 언어 발달에 지연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부모와의 감정적 연결이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언어치료를 지원함은 물론, 디지털 신기술을 소통의 창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인공지능기술을 통해 수화를 음성으로 바꾸어주는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아동교육과 가족 소통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또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이 코다라는 대상이 처한 상황에 부합하는 교육법을 개발하고, 관련 전문가를 고용하여 지원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나아가, 부모와 자녀가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경험하지 않도록 사회적 차별에 대응하는 지원 서비스를 확대하고,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을 실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정부, 지자체, 사회적 기업 등에서 교육 및 직업 훈련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여 고용시장에서의 차별을 사전에 예방하는 정책도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정부와 공공기관 등에서 보청기와 전자수화기의 보급 확대도 일상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정부혁신과 적극행정은 포용적 디지털 정보사회로의 전환을 주요한 방향으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행정 서비스 전반에 보편적 설계원칙, 즉, 베리어프리 공간을 조성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 서비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이수영 정책과 입법연구소 의장이 보내온 글입니다. 이 의장은 주로 정부혁신과 적극행정, 과학기술정책과 평화통일, 법제 등을 주제로 강의, 평가, 자문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통일부, 행정안전부, 법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병무청, 부산시, 부산교육청, 한국소비자원, 코이카, 남해해양경찰청 등의 정책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국제법, 인권, 환경 등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연구 활동 및 수상 등을 통해 다방면의 청년 전문가로 이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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