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되면 출근할 줄 알았는데…” 중증장애인 45명 해고
김동연 도지사, 농성 11일 동안 단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아
“추경예산 편성해서 해고노동자 45명 복직시켜라”

최진영 경기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최진영 경기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당연히 1월 지나면 출근할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인지 아직도 출근하라는 공지가 안 올라오고 있어요. 도지사님, 출근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최진영, 부모연대 오산지부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

최중증장애인 노동자 45명의 일자리를 빼앗은 경기도의 입장은 확고했다. 경기도는 “농성과 단식 중엔 어떠한 답변도 주지 않겠다”며 농성과 단식 철회를 요구했다. 결국 전국권리중심중증장애인맞춤형공공일자리협회(아래 전권협) 경기지부,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5일 오후 2시, 경기도청 지하 1층 민원실 입구에서 농성과 단식 중단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성 11일, 단식 8일 차가 되는 날이었다. 그 기간동안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단 한 번도 현장에 찾아오지 않았다.

전권협 경기지부 등은 5일 오후 2시, 경기도청 지하 1층 민원실 입구에서 농성과 단식 중단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회를 보는 수리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뒤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권협 경기지부 등은 5일 오후 2시, 경기도청 지하 1층 민원실 입구에서 농성과 단식 중단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회를 보는 수리야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 뒤로 권리중심공공일자리 노동자들이 그린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 경기도, ‘보호작업장 운영기관’을 권리중심공공일자리 기관에 선정

전권협 경기지부 등은 지난 1월 25일, ‘해고 노동자 리스트’가 될 ‘사업수행기관 탈락 리스트’를 우연히 입수하고는 다음 날 26일, 경기도청을 점거했다. 사업선정기관 발표 하루를 앞둔 29일에는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그 사이 몇 차례 경기도와 면담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할 뿐이었다.

1월 30일에 마침내 경기도가 올해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사업을 수행할 기관 34곳을 발표하면서 소문은 사실로 확인됐다. 지난해 사업을 수행하던 기관 중 탈락자가 발생하면서 중증장애인 노동자 45명이 올해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반면, 장애인보호작업장을 운영하는 ‘더메이크 사회적협동조합’은 사업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해당 기관이 공모에 응모하며 제출한 사업명은 ‘스페셜 스마트팜 수경재배전문가 양성 및 취업연계’다. 전권협 경기지부는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뒤흔드는 기관 선정”이라며 반발했다. 권리중심공공일자리는 ‘노동능력이 없는 최중증 탈시설장애인’을 지자체가 우선고용하여 권익옹호활동, 문화예술활동, 장애인식개선활동이라는 3대 직무를 통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유엔협약)을 홍보하는 일자리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경기도는 ‘1년마다’ 공모사업을 통해 위탁기관을 선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장애인 노동자는 ‘사업에 떨어져 올해는 일을 할 수 있을지’ 매년 걱정해야 하고, 설령 선정되더라도 일할 수 있는 기간이 10개월 혹은 11개월밖에 되지 않아서 퇴직금도 받지 못한다. 따라서 전권협 경기지부는 전남, 강원 등에서 중증장애인의 지속가능한 일자리 보장을 위해 위탁기간을 3년으로 하는 것처럼 경기도도 3년 기간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여자들이 “기존 수행기관 연속 참여 경기도가 보장하라” “공모제가 아닌 3년 평가제 즉시 도입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기자회견 참여자들이 “기존 수행기관 연속 참여 경기도가 보장하라” “공모제가 아닌 3년 평가제 즉시 도입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 “경기도, 추경예산 편성해서 해고노동자 45명 복직시켜야”

5일간 단식 농성을 한 김미범 경기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두 명의 성인 발달장애인자녀와 함께 산다. 그는 단식하는 중에도 두 자녀를 돌보며 살림을 해야 했다. 김 회장은 “경기도청은 우리가 농성하지 못하도록 출입구까지 원천 봉쇄했다. 농성하는 게 잘못된 거면 우리를 농성하게 만든 경기도는 뭔가. 경기도가 제일 나빴다. 농성할 이유가 있으니 농성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내 아이가 살아가는 세상에선 장애인도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를 다 누릴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자. 우리 새끼들을 생각하자”면서 눈물을 보였다.

5일간 단식 농성을 한 김미범 경기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5일간 단식 농성을 한 김미범 경기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8일간 단식 투쟁을 이어간 박경석 전권협 회장은 “경기도는 농성과 단식 중엔 어떠한 답도 주지 않겠다고 했다. 우리는 오늘 농성과 단식을 중단한다. 이제 경기도로부터 명확하게 답을 받겠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요구를 수용했으니, 이제 경기도가 책임 있게 응답할 차례라는 것이다.

박 회장은 “이제까지 정부가 개발한 다양한 일자리 중에 중증장애인이 참여할 수 있는 일자리는 없었다”면서 “춤추고 노래하며 유엔협약을 알리는 노동을 통해 중증장애인의 존재를 지역사회에 드러내는 게 권리중심공공일자리의 본질이다. 경기도는 이 일자리의 정체성을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도는 추경 예산을 편성해서 해고된 45명의 중증장애인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끝까지 싸워 그에 대한 답을 받자”며 투쟁을 결의했다.

8일간 단식 농성을 한 박경석 전권협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자회견을 마친 후, 전권협 경기지부는 4시에 경기도청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들은 △2024년 공모에서 2023년 참여 위탁기관 탈락 및 권리중심공공일자리 해고노동자 45명에 대한 문제 해결 △권리중심공공일자리 위탁기간 ‘3년 기간 보장’ 및 평가제 도입 △‘권리생산 캠페인 노동’에 맞는 사업계획 및 선정기준표 수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