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회장, 이대섭)는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했다.

이대섭 한국농아인협회 회장은 지난 70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가기위해 ‘교육’을 최고의 목표로 세우고 협회를 이끌고 있다.

특히 8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한국수화언어법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지니기 때문에 (농)사회에서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리라 기대된다.

한국장애인뉴스는 임기 1년을 맞이하고 있는 이대섭 한국농아인협회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농)사회이야기와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한국농아인협회 이대섭 회장

이귀선 대표 ▶ 먼저 한국농아인협회 70주년 축하드립니다. 긴 시간이 흘려 70주년을 맞이했는데 그 의미를 말씀해 주십시오.

이대섭 회장 ▶ 장애인 단체 중 최초로 세운 단체가 한국농아인협회입니다. 최초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자랑으로 생각합니다. 처음에 한국농아인협회를 만든 것은 하소연 할 곳 없는 농인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입니다. 다만 긴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에 취약한 농인들의 특성으로 다른 단체에 비해 발전이 느린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농아인협회는 70년이라는 기간 동안 TV자막방송 실시, 수화통역센터 설치, 운전면허 1종 취득,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등 농인의 복지와 권익 향상에 많은 기여를 했습니다.

 

이귀선 대표 ▶ 장애인 중에서 농아인만의 문화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농)문화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이대섭 회장 ▶ 농문화(聾文化)는 듣는 사람(청인)과 다르게 농인만이 가지는 문화적인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농문화는 수화언어(이하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에 의하여 주로 형성이 되는데, 수어라는 시각적 언어의 관점이 농인의 삶의 속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예를 들어, 농인들의 경우 ‘박수’는 손바닥을 쳐서 내는 박수가 아니라 양손을 올리고 흔드는 것을 말합니다. 소리를 볼 수 있도록 문화적으로 재해석된 것입니다. 다른 예로, ‘수어이름(얼굴이름)’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부르는 ‘철수야’, ‘영희야’ 가 아니라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특성이나 얼굴의 특징을 수어로 압축하여 이름을 만듭니다.

이러한 농문화는 다른 장애인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지점입니다. 그리고 농문화는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의 동질성 형성은 물론, 농아동의 발달단계에서 농정체성을 형성하게 하여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도록 하는 문화적인 울타리가 되기로 합니다. 수어와 농문화는 분리할 수 없으며, 수어를 사용하는 농인들에게 중요한 삶의 원천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우리사회는 농문화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다행히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어 이러한 농문화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귀선 대표 ▶ 오는 8월 한국수화언어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효성 있는 정책이 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십니까?

이대섭 회장 ▶ 현재 한국수화언어법이 시행되기 전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계속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법의 내용이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문제점은 남아 있지만 한국수화언어법 제정 그 자체가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족하지 못하는 부분은 앞으로 계속 협의하면서 개정하고 수정 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귀선 대표 ▶ 수화가 국어와 같은 자격을 가진다고 하는데 그래도 바로 잡아야 할 문제점은 없나요?

이대섭 회장 ▶ 조금 복잡한 이야기라 이해가 될지 모르겠지만 TV에 나오는 통역사들도 수화통역사 자격증은 있지만 수어 표현에 다소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잘못된 표현으로 수어방송을 보는 농아인들이 방송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 있지만, 현재 수어교육장에서 활동하는 강사들이 농아인이 아닌 청인들이 대다수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수어에 원어민이 아닌 청인 강사들이 수어를 가르치기 때문에 문제점이 발생하는 겁니다. 그래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어강의 방식을 바꾸어나가야 합니다. 방송에서는 청인 통역사가 통역하는 것이 아니라 농인 통역사가 방송 통역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귀선 대표 ▶ 세계적으로 수화는 같습니까?

이대섭 회장 ▶ 수어는 나라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심지어 작년에 터키에서 처음으로 북한 사람을 만났는데 말은 통하는데 수어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6명이 왔는데 4명이 농아인이고, 2명이 농아인이 아니었는데 수어가 다르기 때문에 농아인끼리는 소통이 안되고 청인을 통해서 그나마 소통을 하였습니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수어는 국제수어입니다. 국제수어는 농아인 국제회의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각 나라 대표단이 국제수어를 못하면 완전히 소외를 당하게 됩니다.

 

이귀선 대표 ▶ 지난 5월 이룸센테에서 있었던 ‘아고라’에서 문병길 서울시농아인협회장님께서 ‘농아인은 정치권에서 외면 받고 있다며 농아인도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질적으로 정치권에 진출한 장애인들은 지체, 시각 등 다른 장애 단체에서는 국회에 진출했었는데, 그렇다면 농아인협회에서는 국회 진출에 어떤 방안을 가지고 있습니까?

이대섭 회장 ▶ 이러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현재 유엔사무총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반기문총장님이 유엔사무총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한국 정부의 노력도 작용했습니다. 특히, 대륙별 안배를 고려한 시대적인 상황이 맞아 떨어진 영향도 있습니다. 사무총장의 대륙별 안배의 경우는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어야 국제사회가 소외된 지역 없이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장애계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정치계에서 농인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낼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다른 장애인이 농인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것도 좋기는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농인의 입장을 가감 없이 정치에 반영을 하려면 농인이 정계에 입문해야 합니다.

그동안 농인의 경우 다른 장애인과 달리 의사소통의 문제로 많이 배재되어 왔습니다. 그래서 능력은 탁월한데 다른 장애인과 외적으로 경쟁이 안 되어 낙오하는 농인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농인의 잘못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닙니다. 농인들의 소통의 벽을 만든 이 사회에 책임이 큽니다. 따라서 장애계도 그렇고 정계도 농인의 현실을 올바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외형적인 것이나 학력만이 아니라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저는 이 기회를 빌려 장애계와 정계에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반기문사무총장의 예를 든 것과 같이 장애계와 정계는 소외됨 없이 목소리를 들으려면 이제 농인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당연히 농인들도 변해야하고, 실력을 키워야 합니다. 제가 한국농아인협회 회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저는 이러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그러니 장애계와 정계도 그동안 농인에게 가졌던 인식을 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농인을 바라보고, 지지해주었으면 합니다.

 

이귀선 대표 ▶ 정부에서 장애인고용을 2.7%로 정하고 있지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부터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장애인 고용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도적인 문제로 장애인들이 취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급비를 받는 장애인이 취업하면 수급비가 끊어져 의료지원도 못 받는데 해결방안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이대섭 회장 ▶ 두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장애인 전체가 아니라 장애유형별 고용절대 의무제를 실시해야 합니다. 2.7%라고 수치로는 정해져 있지만 장애유형별 취업률을 살펴본다면 차이가 많습니다. 그래서 장애유형별로 고용 절대 의무제를 적용해야 합니다.

두 번째는 분명히 수급비가 끊기는 문제입니다. 일본의 경우 취업한다고 무조건 수급비를 못 받는 것은 아닙니다. 수급비와 급여 총액이 정부가 정한 상한선까지는 수급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수급비를 받으면서도 일정 정도는 근로를 통하여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한 분위기가 되어야 장애인도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장애인들의 근로 의욕 고취가 가장 큰 목적인데, 지금처럼 근로를 한다고 수급비가 끊어지면 일할 의욕도 없어집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가 취업하려고 노력하겠습니까? 일할 수 있는 의욕의 상실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부는 수급비는 그대로 두면서 장애인의 근로 의욕을 높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이귀선 대표 ▶ 박근혜 정부에서 복지가 전반적으로 후퇴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의 복지를 평가해 주시고 회장님만의 복지정책을 설계하신다면 어떤 정책을 펼칠 생각이십니까?

이대섭 회장 ▶ 박근혜 정부 정책의 제일 큰 문제점은 농인을 위한 여러 사업을 유사중복정책으로 간주하고 폐지하려고 하는 점입니다. 이러한 정책 추진으로 농인들이 피해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수어통역서비스는 보건복지부 사업이고, 통신중계서비스 담당은 미래창조과학부 사업인데, 이를 중복사업으로 보는 겁니다. 통신중계서비스는 쉽게 설명 드리면 자장면 주문할 때 농아인이 주문을 못하니까 통역하는 비장애인에게 핸드폰으로 대신 주문을 해달라고 수어로 통화한 후 통역하는 비장애인이 대신 주문해 주는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정부에서 통신중계서비스를 추진하고 농아인과 가장 밀접한 사업인 수어통역서비스를 예산 중복사업이라고 하여 폐지하려 한 적이 있습니다. 청인들은 괜찮지만 농아인에게는 필요한 서비스라는 것을 정부는 모릅니다. 그리고 정부는 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것은 외면한 채 예산 타령만 하는 것이 장애인들을 더 힘들게 합니다. 예산 타령으로 복지다운 복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쉬움이 큽니다.

 

이귀선 대표 ▶ 농아인 중앙회장으로써 보람을 느낄 때를 말씀해 주세요.

이대섭 회장 ▶ 회장으로 취임한지 일 년 밖에 되지 않아 보람을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짧은 기간 동안 굳이 보람이라고 한다면 만족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한국수화언어법이 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정받았다는 것에 뿌듯함과 자부심으로 느낍니다.

또 하나는 한국농아인협회 70주년 행사입니다. 원래는 50주년, 100주년 기념행사가 더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70주년의 의미는 우리 농아인의 선배이자 산증인이신 원로들께서 연세를 드시고 돌아가시니까 더 늦기 전에 그 분들이 가지고 있는 역사 자료를 보존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들의 증언을 모우고 이를 통하여 현재의 농인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후배 농인들에게 역사를 전수하려는데 있습니다. 이를 위하여 저는 한국농아인협회 70년사를 편찬했습니다.

둘째, 70주년 행사를 통해서 한국수어언어법 제정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었지만 일반국민들은 잘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수화언어법을 장애계는 물론 일반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저의 보람이라면 보람입니다.

 

이귀선 대표 ▶ 마지막으로 ‘이것만은....’ 임기 중에 꼭 하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이대섭 회장 ▶ ‘교육은 복지다’ 이제는 교육이 제일 중요합니다. 저는 한국수화언어법 제정을 계기로 수어교육을 정상화를 시키고 싶습니다. 더 나아가 농아인학교에는 농교육전문가이나 농인교사들이 대거 채용되어 올바른 농교육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재임기간 동안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하여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10∼20년 후에는 (농)사회에도 훌륭한 인재가 많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한국농아인협회 현판과 활동 인증 현판
한국농아인협회 이대섭 회장(중앙)과 이귀선 한국장애인뉴스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와의 인터뷰 모습
 박재석 기자 저작권자 © 한국장애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