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지난 1년, 장애인은 살기 위해 지하철 타고 머리 잘랐다 > 복지뉴스

지난 1년, 장애인은 살기 위해 지하철 타고 머리 잘랐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57회 작성일 22-12-07 11:49

본문

전장연, 2일 삼각지역 지하철 탑승 시위 2시간 지속
삭발 투쟁 마무리하며 삭발자 177명 호명 퍼포먼스
결의대회 마친 뒤 이태원 참사 현장 찾아 추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에 모여 ‘제4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진행했다. 사진 복건우

세계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열린 이틀간의 전국 집중결의대회가 2일 마무리됐다. 지난해 12월 3일부터 시작된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 1년째 되는 이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아래 전장연) 활동가들은 다시 지하철을 탔다. 장애인의 시민적 권리를 예산으로 보장하라는 요구가 정부와 국회에 받아들여지지 않아서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 30분 삼각지역 승강장에 모여 지하철 탑승 시위를 진행한 뒤 9번 출구 앞에서 결의대회 이틀째 일정을 이어 나갔다.

- 삼각지역서 승하차 반복한 ‘제4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양쪽 승강장을 오르내리며 2시간가량 ‘제47차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시위를 벌였다. 전날 성사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장애인권리예산을 보장한다는 약속이 나오면 이날 시위를 유보할 계획이었으나, 전장연은 아직 별도의 구체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7시 50분경 숙대입구역 방향 출입구가 열리자, 휠체어를 탄 장애인 19명은 승하차를 지연시키는 지하철 투쟁을 전개했다. 이들은 1-1 승강장에서 1-4 승강장 사이를 둥글게 둘러싸고는 줄지어 지하철을 타고 내리길 반복했다. 휠체어 이용자가 없을 때 역 한 곳에 평균 20초 정도 머무는 열차가 그 과정에서 약 17분 멈춰 섰다.

7시 50분경 숙대입구역 방향 출입구가 열리자, 휠체어를 탄 장애인 19명이 승하차를 지연시키는 지하철 탑승 시위를 전개했다. 사진 복건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서울교통공사 관계자에게 장애인 이동권 현실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복건우

정차 시간이 길어지자 경찰들은 활동가들을 끌어내기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활동가들 사이에 잠깐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한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활동가들을 향해 “유엔장애인권리협약(아래 협약)은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권고 사항일 뿐이다. (지하철을 탄) 시민들과 함께 가야지, 협약을 협상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7년 협약에 서명하고 이듬해 12월 국회 비준을 받은 협약 당사국이다. 협약 제19조에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권리가 명시되어 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21년간 지하철역 리프트를 타다 떨어져 죽은 장애인들에게 서울교통공사는 단 한 번도 사과하지 않았다. 우리의 요구는 국내법인 교통약자법에 명시된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고, 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지닌다”고 반박했다.


한편 신용산역 방향 승강장에는 수십여 명의 경찰이 휠체어 탄 장애인을 출입구 밖으로 끌어 내리려 시도했다. 이에 8시 58분경 이형숙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열차 출입구 철봉에 걸어놓은 쇠사슬을 자신의 목에 감았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일부 활동가들은 균형을 잃고 뒤로 나자빠졌고, 이 회장은 휠체어 목 받침대가 부러지는 등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활동가와 경찰이 대치하는 과정에서 신용산역 방향 지하철은 8시 45분부터 30분 넘게 중단됐다. 한 승객이 “적당히 좀 해라. 왜 내 권리는 생각해주지 않느냐”며 욕설을 하고 활동가들을 밀치자, 박길연 민들레장애인야학 교장은 “16년을 방구석에 갇혀 살다 나왔는데 여기서까지 우리를 통제하려 드느냐”며 “더 이상 밑바닥 삶을 살지 않으려면 길바닥으로 나와 지하철을 막으며 싸울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10시 삼각지역 9번 출구 앞에서 열린 전국 집중결의대회에 참가한 활동가들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사진 복건우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처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너머로 노래를 부르는 박준 문화노동자가 보인다. 사진 복건우

- 177명 삭발자 이름 부르며 “장애인 권리 위해 싸울 것”

지하철 탑승 시위를 마친 전장연은 오전 10시 삼각지역 9번 출구 앞에서 이틀간의 일정을 마무리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활동가들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여의도에서 전국 집중결의대회를 열고 삼각지역 지하 1층 개찰구 앞 농성장에서 1박 2일 농성을 벌인 뒤 이날 대회에 참여했다.

박경석 대표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제기되는 ‘빈곤 포르노’에 빗대 ‘장애 포르노’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정치인들은 장애인을 존엄한 인간이 아닌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본다. 11년 전 선거를 앞둔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중증장애인시설에서 발가벗은 발달장애인을 목욕시킨 장면이 대표적이다”고 했다.

이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대표가 지난달 16일 페이스북에 “빈곤 포르노는 전장연 문제만큼이나 꼭 짚어내야 하는 전근대적 문화”라며 전장연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데 대한 생각을 밝힌 것이다. 박 대표는 “우리는 어떠한 협박과 욕설과 혐오에도 장애인의 당당한 권리를 위해 싸울 것이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의 방향과 속도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관계를 직접 바꿔나갈 것”이라 덧붙였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지난 3월부터 8개월간 총 177명의 장애인‧비장애인 활동가들이 삭발한 머리를 한데 모으는 ‘삭발함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이들은 비용 절감의 논리로 장애인의 삶을 보장하지 않는 정부를 향해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삭발을 결의했다. 그렇게 머리를 깎는 행위는 ‘투쟁’이 되었고, 141일 동안 ‘함께하는 싸움’이 지속됐다.

이날 삼각지역 9번 출구 앞에서 열린 전국 집중결의대회에는 지난 3월부터 8개월간 총 177명의 장애인‧비장애인 활동가들이 삭발한 머리를 한데 모으는 ‘삭발함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사진 복건우

첫 삭발자인 이형숙 회장은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가 보장되지 않아 시민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있다”며 삭발함에 적힌 177명의 이름을 차례로 불렀다. 활동가들은 ‘장애인권리예산 촉구를 위한 삭발 투쟁’이라고 적힌 삭발함에 마지막 삭발자인 이상근 대구 질라라비장애인야학 학생의 머리카락을 옮겨 담았다.

장종인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사무국장은 “우리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경찰, 장애인과 빈민의 고통에 연대하는 국회, 국민의 안전과 권리를 생각하는 대통령을 원한다. 세계 장애인의 날을 하루 앞둔 오늘이 지하철을 타는 마지막 날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장연은 결의대회를 마무리하며 이태원역 추모 공간까지 1시간가량 행진을 이어갔다. 이들은 12시 30분경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해 헌화한 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이어갔다. 전장연은 내년도 예산안에 장애인권리예산 증액이 확정될 때까지 정부‧여당의 책임을 촉구해나갈 예정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들이 이태원 참사 추모를 위해 준비한 국화. 사진 복건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사업자등록번호 : 621-82-65878

부산시 금정구 중앙대로 1675(부곡동) 우신빌딩 2층

TEL : 051-582-3334 FAX : 051-582-3234 E-MAIL : gj-il2011@hanmail.net

Copyright © 2022 Genmjeong center for independent livin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