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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사는 세상에서 한글 바로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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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89회 작성일 21-12-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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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2-30 14:26:25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이 창제하여 1443년 음력 12월에 발표하였다. 그러나 조선은 한자 시대라 훈민정음은 언문이라 하여 천대 받다가 1910년대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한글학자에 의해 ‘한글’이 되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한글은 세계적인 소리글자로 못 적는 말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글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 조항이 한글 맞춤법의 대원칙이다.

현재의 맞춤법은 1933년의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기본으로 하여, 1988년 1월 문교부가 확정·고시한 것이다.
 
한글 맞춤법. ⓒ국립국어원 에이블포토로 보기▲ 한글 맞춤법. ⓒ국립국어원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적어야 한다는 원칙이 있지만, 그 원칙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한다. 예를 들어 ‘꽃[花]’이란 단어는 쓰이는 환경에 따라 소리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꽃’은 ‘꽃이’일 때는 [꼬치]로, ‘꽃만’일 때는 [꼰]으로, ‘꽃과’일 때는 [꼳]으로 소리 난다. 만약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는다’라는 원칙만 적용한다면, [꼬치]로 소리 나는 말은 ‘꼬치’로, [꼰만]으로 소리 나는 말은 ‘꼰만’으로, [꼳꽈]로 소리 나는 말은 ‘꼳꽈’로 적게 되어 ‘꽃[花]’이라는 하나의 말이 여러 형태로 적히게 된다.

그런데 이처럼 의미가 같은 하나의 말을 여러 가지 형태로 적으면 그것이 무슨 말인지 알아보기 쉽지 않다. 의미가 같은 하나의 말은 형태를 하나로 고정하여 일관되게 적어야 의미를 파악하기 쉽다. 즉 ‘꽃, 꼰, 꼳’보다는 ‘꽃’ 하나로 일관되게 적는 것이 의미를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글 맞춤법]에 나와 있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누구나 자라면서 한글을 배워서 사용한다. 장애인이라고 해서 별반 다르지 않다.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이 법은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이 일상생활에서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설과 설비를 이용하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함으로써 이들의 사회활동 참여와 복지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은 장애인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인데 일상생활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려면 정보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한글로 이루어져 있다.

심지어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도 읽고 적는 방법은 점자이지만, 한글 즉 가나다라를 배우고 익혀야 한글점자(훈맹정음)로 읽고 적을 수가 있다.

그러나 한글은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적어야 함으로써 초등학교에서는 받아쓰기를 한다. 한글을 어법에 맞게 썼는지 안 썼는지를 가늠하기 위하여.

어법에는 여러 가지 원칙이 있지만 “같이”가 부사일 때는 ‘둘 이상의 사람이나 사물이 함께’라는 의미로 ‘친구와 같이 일하다’가 된다. 조사일 때는 앞말을 따라가거나 강조하는 말이 되어 ‘얼음장같이 차가운 유리창’이 된다.

`같이`는 `ㅌ`이 형식 형태소 `이` 모음 앞에서 구개음으로 바뀌므로 바로 [가치]로 발음이 된다. ㄷㅌ가 ㅣ모음 앞에서 ㅈㅊ으로 변하는 현상을 구개음화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같이”는 함께라는 의미의 부사로 많이 사용되는데 요즘 많이 사용되는 용례로 “같이 삽시다”가 있다. “같이 가자 우리 이 길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함께나 같이는 같은 의미이다.
 
다가치 나란히 쉼터.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다가치 나란히 쉼터. ⓒ이복남
지난해에 부산역 앞 버스 정류장 부근에 “다가치 나란히”라는 교통약자 즉 장애인 노인 어린이 임산부 등의 쉼터가 하나 생겼다.

“다가치 나란히”라면 언뜻 생각나는 게 함께일 것 같은데 “다가치”라고 소리대로 적는다면 그야말로 맞춤법을 무시한 어법에 어긋나는 게 아닌가. 부산시에서 설치한 것 같은데 부산시에서 한글 파괴에 앞장서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어서 버스 정류장에 나와 있는 번호로 전화했다.

전화를 받은 사람이 자기도 그 쉼터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지만, 정류장 소관이 아니므로 부산시로 전화를 해 보라고 해서 그만두었다.

“다가치 나란히”가 함께라는 의미라면 “다같이”를 잘못 쓴 한글 파괴이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가치”라는 말이 따로 있다.

“가치(價値)”는 명사인데,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즉 값어치를 말한다. 그리고 철학 용어로 가치란 “인간 행동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바람직한 것, 또는 인간의 지적·감정적·의지적인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상이나 그 대상의 성질을 의미한다.”

“다가치 나란히”가 “같이”를 잘못 쓴 것일까, 아니면 사물의 값어치를 말하는 “가치(價値)”일까?
 
다가치 나란히 옆모습.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다가치 나란히 옆모습. ⓒ이복남
그러던 차에 “아쉬운 안동 ‘가치만드소’ 장애인 편의”(에이블뉴스, 2021-12-14)라는 기사를 보았다.

‘가치만드소(所)’는 경북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게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하고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한 특화사업장이라고 했다.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 부설 ‘가치만드소’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국비 등 총사업비 24억 원이 투입돼 추진됐다고 했다.

그 기사를 보면서 ‘가치만드소(所)’가 “같이”만들자는 말일까 아니면 “가치(價値)”를 만드는 곳일까?

전화번호가 나와 있지 않아 안동시 장애인복지과로 전화했더니 안동시에서도 잘 모르는 일이라면서 알려 주겠다고 했다. 나중에 안동시에서 알려 준 전화는 “장애인기업종합지원센터”였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는 ‘가치만드소(所)’라는 이름은 국민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것인데, “같이”와 “가치(價値)”를 포함하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담당자는 국민 공모사업으로 선정된 것이라 아무 문제가 없는데, 별 이상한 질문을 다 한다는 듯이 의아한 말투였다.
 
가치만드소. ⓒ에이블뉴스 DB 에이블포토로 보기▲ 가치만드소. ⓒ에이블뉴스 DB
그러고 보니 여러 군데서 “같이가치”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함께 만드는 좋은 세상을 위하여 “같이 나누며 삶의 가치를 배우자”는 프로그램도 있고 “마을의 가치, 학교와 같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가치를 같이 하자”는 모금 프로그램도 있었고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함께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에 가치를 둔다”는 “같이가치”라는 동아리도 있었다.

“가치를 같이 한다”는 것은 괜찮은 발상 같지만, “같이”를 “가치”로 소리대로 적는다는 것은 한글 맞춤법에 어긋나는 맞춤법 파괴 같아서 씁쓸하다.

특히 인터넷 시대를 맞아 우리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거나 축약하여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사례가 급식체이다. 예전에는 학교에 도시락을 싸다녔지만 얼마 전부터 학교에서 급식을 한다. 학교에서 급식을 먹는 젊은 세대를 급식체라 하는 것 같은데, 그 밖에도 PC통신을 거쳐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급식체 뿐 아니라 초성체나 이모티콘으로 대신하기도 한다.

소리 나는 대로 적은 방가방가(반갑다), 차칸남자(착한 남자), 칭구(친구) 궁물(국물) 추카추가(축하) 요린이(요리 초보자) 등은 한글 맞춤법을 무시하고 글자다. 초성체로는 ㄱㄱ(고고) ㅋㅋ(크크 웃다) ㅎㅎ(흐흐 하하 웃다) ㄷㄷㄷ(추워서 덜덜덜) 등도 있다.

그 밖에도 레알(정말?) 대유잼(엄청 재미있음) 멘붕(멘탈붕괴) 심쿵(심장이 쿵) 안습(눈물) 등의 신조어에다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이나 산스족 등이 있다. 필자가 아는 호흡기 장애인은 방역이나 거리두기 등으로 갈 곳이 없어 홀로 산에 가는 산스족이 되었다고 한탄했다.

말이 나온 김에 우리말에는 높임말(존댓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사물에 높임말은 쓰지는 않는데 “전화가 오셨습니다.” “커피가 나오셨습니다.”와 같이 사물을 높이는 경우도 종종 있다.

주로 병원이나 서비스 업계에서 쓰는 말 중에서 “** 들어가실게요”가 있다. 이는 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들어가는 것이므로 “**들어가세요.” 또는 “**들어가십시오”라고 해야 한다. 심지어는 “샴푸 들어가실게요”라는 말도 있다. 샴푸가 어디로 들어간다는 말일까.

유행어나 신조어는 시간이 지나면 다른 말로 대체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겠지만, 되도록 한글은 맞춤법에 맞도록 적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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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남 기자 (gktkr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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