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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에게 무늬만 고교학점제 안 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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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96회 작성일 21-12-2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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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정당한 편의 제공 등 실질적 통합교육 환경 마련해야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2-23 09:46:25
고교학점제 홍보영상들. ⓒ한국교육개발원 Youtube캡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고교학점제 홍보영상들. ⓒ한국교육개발원 Youtube캡처
최근 내가 소속된 자조모임 한 회원으로부터 고교학점제 관련 이야기를 들으며, 잠시 회원들끼리 얘기하는 시간이 있었다,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면서, 조금은 걱정이 앞서게 됐는데, 이번엔 잠깐 그 얘기를 해볼까 한다.

고교학점제는 2023년부터 도입되고, 2025년부터 전면 적용된다고 한다. 그 내용을 잠깐 보면, 2018년부터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재의 204단위 이수 시스템에선 7교시 수업 매일 해야 하기에, 경직적인 시간표 편성에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을 고려해 수업을 선택하기 어렵단다.

그래서 192학점, 1주일 32시간으로 수업의 부담 줄이고, 여유 있는 시간표로 공동교육과정 수업을 듣거나 진로상담 등을 받을 수 있고, 교사들은 수업 연구 집중할 시간이 더 많아진다. 이를 통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하고, 학생이 목표한 성취 수준에 충분히 도달 시 학점을 인정하고, 누적학점이 졸업 기준에 도달 시 졸업할 수 있다는 거다.

이 학점제의 필요성에 대해선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학생 맞춤형 교육의 실현, 학생의 진로 개척 역량과 자기 주도적 습관 기르기,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가진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성 지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학점제는 사실상 점수 올리기 경쟁을 통한 획일적인 입시체제에 찌들어 있는 학생들에게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것임엔 틀림없다. 그런데 장애학생과 관련해서는 이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생각했을 때 조금은 걱정이 앞서게 된다.

먼저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학생 맞춤형 교육을 실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자기 의사를 표현했을 때, 뭔가를 선택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존중받았던 경험을 한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 등은 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중시하는 사람이나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면,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면서 공부할 수 있겠지만, 대개는 부모나 주위 사람들의 입김에 자신의 자기결정권, 선택권이 무시 받는 경험을 한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 등이 상당히 많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과목의 선택권을 보장한다는 것은 허상에 가깝다. 그러기에 진짜로 이들이 배우고 싶은 과목의 선택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반영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권리옹호, 자기옹호 체계가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를 통해 이들의 당사자성이 발현될 수 있을 테니.
 
통합교육 관련 포스터들. ⓒ교육부 에이블포토로 보기▲ 통합교육 관련 포스터들. ⓒ교육부
또한,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가진 학생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등 다양성 지원을 보며 장애학생과 관련지어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은 고개가 갸웃해졌다. 장애학생의 경우엔 일반학교의 통합학급과 특수학급, 그리고 특수학교, 미인가 대안학교 등에 배치되어 있다.

그런데 통합학급에 있는 장애학생의 경우, 수업자료를 알기 쉽게 교수수정을 해주는 특수교사 미배치된 학교가 많고, 일반교사와 특수교사의 공동수업 장치 부재에, 학생 행동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실질적 통합이 안 되고 있음은 이전에 많이 다뤘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이런 상황에서, 장애학생이 수업을 충실히 따라가면서 자신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까? 교수수정 등의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이 잘 안 되는 상황에서 장애학생은 형식적으로 수업시간에 참여할 뿐이고, 자신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할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장애학생 관련 도우미 학생이 있지만, 수업 선택한 것이 완전 같을 순 없으니, 학생 간 지속적 소통·교류를 통해 통합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고교학점제를 통한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있는데, 이 지점에 동의한다.

게다가 IEP(개별화 교육 계획)도 말이 그렇지, 실제로는 예산에 따라 학생의 욕구를 제한하는 식이라, 진정한 의미의 IEP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배우고 싶은데 예산에 따라 배우지 못할 가능성도 생긴다는 거다. 학생의 선택과 욕구에 따라 예산과 교육계획을 정하는 진정한 IEP로의 전환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고교에서의 이런 과정을 통해 대학에 가고 싶은 장애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장애인 특별전형이나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을 통해 대학교 등의 고등교육에 진입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경우 공부하는 양은 계속 늘고, 기출문제는 계속 쌓여가며 난이도는 높아지기에, 장애학생들이 점점 공부하기 어려워진다.

그리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뇌병변, 지체장애, 시각장애,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합리적 조정이 제공되나,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 정신장애인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차분한 분위기 조성 및 맥락에 따른 정보가 담긴 문제 등이 제공돼야 하나, 이런 내용이 빠져 있다. 장애인 특별전형 경우도 정신적 장애인 관련 합리적 조정은 빠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업적 성취 기준이 되는 ‘인 서울’ 대학으로 정신적 장애인이 진학하는 경우는 더욱 낮아져 가며, 고등교육 기회를 누릴 가능성도 역시 낮아진다, 결국엔 이들이 질 좋은 일자리로 가는 건 하늘의 별 따기가 되는 셈이다.
 
고교학점제에 따른 학사 운영과정. ⓒ교육부 에이블포토로 보기▲ 고교학점제에 따른 학사 운영과정. ⓒ교육부
지금까지의 대입제도는 다양성을 중시하기보단 학생들이 시험점수 잘 받아 대학만 가면 그만이며, 장애학생에겐 버거운 제도로 전락했다. 이런 제도를 바꾸지 않고서 고교학점제를 시행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학교에서 다양성을 기한 수업방식은 기대하기 어려워지니 고교학점제의 의미는 퇴색된다. 그래서 지적·자폐성 장애 학생 등 장애학생의 접근권을 보장하고 다양성을 기할 수 있도록 하는 대입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한 거다.

현재 고교학점제와 관련해 장애학생 대책에 대한 교육부의 답은 이 제도를 시행함에도, 장애인식개선교육은 계속 시행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학점제 적용하지 않고, 과목 이수기준에 대한 규정을 다르게 적용한다, 국립특수학교 고등부를 중심으로 고교학점제를 시행하며 고등학교 배치 장애 학생에 대해선 참여 활성화 위한 협의체 구성 정도다.

사실상 고교학점제와 관련한 장애 학생 대책은 현재는 부재하다. 이 학점제와 관련해 장애인식개선교육을 계속 시행한다고 했다. 하지만 장애인식개선교육도 형식적이란 지적이 많다. 그래서 장애인의 권리와 차별 금지가 중심인 교육내용에, 실제 장애인 강사가 나서서 자신이 겪은 차별을 이야기하는 식의 장애인식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고교학점제로 가더라도, 학생이 과목을 선택할 수 있게 자기결정권, 선택권 보장되고, 대입제도에서 정신적 장애인에게도 합리적 조정(정당한 편의)이 제공되면서, 다양성을 기하며, 학생의 욕구에 중점을 둔 IEP는 물론, 학교에서 모든 장애인에게 교수수정, 편의시설 등의 편의를 제대로 제공하는 등 실질적 통합교육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장애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고, 장애 여부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서로 어울리고 배울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고교학점제가 될 것이다. 다양성을 무시하며 점수 따는 기계 양성 역할로 이미 전락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등의 대입제도와 학교에서 합리적 조정이 제공되지 않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무늬만 고교학점제로 전락할 뿐이다.

우리나라 교육은 현재 물리적으로 통합되었을 뿐, 실질적으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교육이다. 하지만 옆나라 일본도 우리와 현실은 거의 비슷하나, 오사카시 등의 일부 지자체에서 40년 전부터 통합교육을 실시했고, 그 결실이 코로나 이전과 이후에 나타나고 있단 얘기를 들었을 땐 우리도 통합교육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긴다.

지금서부터라도, 외국의 사례를 깊게 연구해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지자체가 나와 이 교육을 장기적으로 끌고 갔으면 한다. 그런 가운데서 통합교육 문화가 싹틀 것이고, 그런 지자체를 본보기 삼아 우리나라 정부도 통합교육 실시의 의지가 생길 것이니. 실질적 통합교육 문화가 만연하면 다양성을 존중하잔 취지의 고교학점제도 빛을 발할 테니.

실질적 통합교육, 장애학생에게 무늬만 고교학점제가 되지 않음은 물론, 이 학점제의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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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이원무 (wmlee7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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