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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제22회 조형예술과 졸업전을 다녀와서 > 복지뉴스

한예종 제22회 조형예술과 졸업전을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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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75회 작성일 21-12-23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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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2-23 08:46:14
장주희 화가의 작품과 노예주 화가의 고양이 그림 비교. ⓒ서인환 에이블포토로 보기▲ 장주희 화가의 작품과 노예주 화가의 고양이 그림 비교. ⓒ서인환
한국예술종합대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제22회 졸업전시회가 1차로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열렸고, 그리고 2차로 오는 27일부터 30일까지 대학 미술원에서 진행된다. 크리스마스로 인한 중간 휴식기가 있다. 졸업생 49명의 작품들을 전시관 20개소에 나누어 전시를 하는데, 이번 전시회는 배리어프리를 지향하고 있어 참관해 보았다.

각자 작품들의 개성이 다름에도 이번 졸업전은 마치 주제를 가진 동인들의 전시회처럼 유사성을 가지고 있었다. 졸업생들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들에 대한 정보도 알아보고, 교육도 받고, 자문도 받았다. 12월 16일은 복지관 김태현 강사를 초청하여 “장애인의 문화접근성”에 대한 특강을 받기도 했다.

배리어프리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두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하나는 장애인의 편의 제공을 통하여 문화접근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술이라는 예술의 저변 확대와 공유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통해 문을 넓힌다는 의미이다.

잔시회 주제는 “안녕을 위한 베타테스트”이다. 삶에서 서로 안녕하고 인사를 하고 안녕하기를 바라듯이, 사람들의 많은 고민과 해결하려는 노력이 담겨져 있다.

전시장 입구 안내데스크에는 큐피커 앱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다. 큐피커를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하여 국내 전시 메뉴로 들어가서 한국종합예술대학교를 검색하면 전시회의 작품들을 전시장 트래킹 순서대로 설명을 들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각 작품들은 메뉴로 구성되어 있고 이를 선택하면 음성으로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각 전시실마다 입구에 설명문을 비치하여 안내를 하고 있었고, 점자로 비치한 곳도 있었다.

졸업생들은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문을 작성하고, 이를 녹음하여 큐피커에 업로드한 것이다. 큐피커는 세계 각종 전시여행에서 음성으로 해설을 해 주는 서비스를 하는 앱으로, 전시 주최자가 녹음을 하면 앱을 통해 서비스가 이루어지도록 된 플랫폼이다.

여기서 작가 ‘이들’의 작품을 큐피커를 통해 감상해 보자. “중력을 거스르는 클라이머들에게는 언제나 신중한 신체가 요구됩니다. 그들은 바위의 형과 각도, 매끈함 또는 거칠음의 정도와 같은 여러 조건에 반응하는 순간 자신의 형을 결정지으며, 제 앞에 펼쳐진 거대한 풍경을 조정합니다. 이때 그들에게 힌트가 되는 것은 자신 앞에 놓인 작은 돌맹이의 존재입니다. 그토록 작은 돌맹이를 통해서만 자신이 목표로 하는 지점에 가 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작가 ‘이들’은 작은 돌맹이에 관한 소고를 바탕으로 유리조작과 드로잉을 수행합니다.

어떤 작품은 삶의 본질에 대한 고민을 표현하기도 하고, 어떤 작품은 새로운 창작 기법을 시험해보기도 하고, 어떤 작품들은 미적 감각을 새로이 일깨우기 위한 산고를 보여주기도 했다.

순수한 작품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동물권이나 비거니즘, 페미니즘 등의 문제를 다루기도 하고, 종과 종의 평등에 대한 고민을 보여주기도 하고,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의 철거 문제를 다루는 사회참여적 작품을 보여 주기도 했다.

이미 아동문학가로 활동하고 있는 박슬은 동화책 ‘덩어리’에서 가슴 속에 덩어리가 자라나 또 하나의 자신이 되어 너무나 닮음에 결국 자신임을 알게 된다는 이야기처럼 미술작품을 통해 소외된 ‘나머지’를 이야기한다.

존재하지만 실상에서는 보이지 않는 감정, 무의식 등을 대하듯 경계를 허물어 마주하고 껴안고 사랑하고자 한다. 감정, 음악처럼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느껴본다’, ‘들어본다’는 것과 같이 모든 이미지는 ‘보는’ 것이라고 믿으며, 보이지 않는 것을 형상화하여 덩어리를 미술 작품으로도 내어놓았다.

노예주는 네덜란드 유학기 비건 엑티비스트 집에 묵으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여행 일기 형식으로 쓴 “글을 쓰는 시간”과 기면증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쓴 “안녕, 기면증”이란 책을 펴내기도 한 작가로, 정상성에 질문을 던지고 분투하며 저항하는 작품을 보여주었다.
 
확대-핵 판타지아 작품(좌)과 도자기 작품들(우). ⓒ서인환 에이블포토로 보기▲ 확대-핵 판타지아 작품(좌)과 도자기 작품들(우). ⓒ서인환
얼마 전 라메르 갤러리에서 열린 발달장애인 화가 5인전의 감동이 아직도 생생한데, 노예주 작가의 고양이는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장주희의 그림에서 아기 고양이가 바깥세상이 궁금하여 나가려고 하나 엄마는 보호라는 줄로 연결하여 잡고 있는 모습이 모든 발달장애인 부모와 자녀의 관계처럼 느껴졌었는데, 노예주의 고양이는 노량진 수산시장 상가 철거에서 포크레인에 그대로 담겨져 버려진 고양이로, 더럽혀지고 캔버스에서조차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밀려나 있다. 예술은 학습된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이 없는 우리 인간의 이야기를 전도율 높게 전해주는 언어임을 다시 깨닫게 해 주었다.

“창백한 국가”란 작품은 네 명의 목소리로 서로 흥얼거리며 친숙한 음악을 배경으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속감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은 서로 차이를 가진 흔하고 불투명한 개념으로 이익을 위한 집단이 아닌 주어진 집단에서 수용하기도 하고 갈등하기도 하고, 이익집단처럼 무엇인가 바라고 기대하기도 하는 문제를 다룬다. 뮤직비디오와 리릭비디오를 이용한 다채널 영상기법을 이용한 작품이다.

가족이 해체되어 개인만 남아 더 해체를 요구하는 물리적 힘이 가해질 경우 핵은 분열할 수밖에 없다. 음악에서 판타지아는 형식으로 구분할 수 없는 음악을 일컫는데, 판타지아 형태의 생활공동체나 동반자는 대안이 아니라 부수적 효과이지만 일상으로 받아들여진 판타지아임을 부정할 수 없음을 표현하고 있다. 조형과 비디오와 빛과 음악과 언어를 동원한 종합예술로서 자신의 표현을 극대화하려고 시도한다.

일상에서의 해결하지 못하고 계속 싸우고 있는 고민거리도 있고, 사람들에게 외치고 싶은 주장도 있다. 근원적 사회 문제로 아파하는 감정이 드러나는 작품도 있고, 인간과 본질이란 무엇인지 철학자나 종교인처럼 번뇌 하는 작품도 있다. 이런 자신 또는 주위의 문제를 외면하고 무감각하게 대하는 것이 사실은 자신임에도 소외를 만들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런데 표현 기법에서 참신성을 보이는 작품도 있었는데, 왕호연의 작품은 광목천에 조형미술을 접목한 기법이나 도자기를 판 모양을 만들고 판 아래에 손을 넣어 위로 밀어올리는 기법으로 만든 작품들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광목천이 어찌하여 판화로 된 사람의 얼굴처럼 입체를 가질 수 있는지 신기했다. 그리고 판화를 이용한 달력이나 엽서 등 굿즈 상품들은 소유하고 싶은 충동을 갖기에 충분했다.

청년 작가들의 활기찬 창작 정신과 인간에 대한 이해와 안녕을 위한 고민들을 보여줌으로써 작품 수준을 미학적 기교를 넘어선 판타지 세계로 안내해 주었다. 특히 주제에 맞추어 다룬 소외의 문제는 관념적이거나 자선적이지 않고 문제를 직시하고 있는 수준이 어느 전문가 못지않았다. 마치 장애학 세미나에 온 느낌이었다.

정상성을 요구하는 사회를 비판하고 해결책을 찾는 모습은 작품 감상에서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보다 더 배리어프리한 문제의 접근이었다고 생각되었다. 배리어프리는 미술의 영역의 확대이기도 하고, 미술로부터 소외되어도 무감각했던 이들의 초대이기도 하며, 진정한 인간의 삶의 모습을 회복하려는 공감과 감수성으로 작품을 보여주었다.

작품들을 통해 졸업생들이 앞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 큰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우리의 젊은 희망이고 든든한 자산임을 전혀 의심하지 않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인권전이니 기성 작가들의 알량한 선무당식 주제에 대한 문제 인식 부족에 신물이 나 있던 사람이라면 더욱 이 전시회는 만족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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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서인환 (rtech@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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