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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합 설치 볼라드, 또 하나의 보행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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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485회 작성일 21-12-2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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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높이에 딱딱한 재질, 시각장애인 안전 위협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1-12-22 14:11:44
그동안 우리나라는 산업화를 위해서 줄기차게 달려왔다. 빨리빨리, 그래서 사람보다는 자동차가 우선이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장애인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상 모두가 다 만족하는 사회란 있을 수가 없는 것일까. 필자가 부산장총에 근무했을 때 어느 장애인 단체 모임에서 볼라드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자동차 주·정차를 방지한다는 말뚝이 무릎 정도 오는 대리석이라 지나가는 사람들 무릎치기에 딱 좋다. 더구나 시각장애인들에게는 그야말로 쥐약이라며 당시 부산장총 정화원 회장님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때 누군가가 슬며시 옆으로 다가와서 자기가 그랬다고 고백했다. 슬며시 다가온 00회장은 장애인 중에서 교통장애인이 많다 보니 교통사고 예방 차원에서 자동차 주·정차 진입을 금지하는 말뚝을 경찰청에 건의해서 세우게 되었는데, 그것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쥐약이 될 줄은 미처 몰랐다고 했다.
 
부산역 횡단보도 앞 볼라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부산역 횡단보도 앞 볼라드. ⓒ이복남
자동차 주·정차 진입을 금지하는 말뚝이 주·정차 질서를 세우고 교통사고를 예방에는 얼마나 기여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많은 시각장애인이 무릎을 다치거나 넘어져서 부산장총에도 항의 전화가 심심찮았다.

자동차가 많아지고 주·정차에 골머리를 앓고 있던 전국의 자치 시도에서는 너도나도 자동차 주·정차 진입 방지 말뚝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그때가 2000년 무렵이었던 것 같다.

2005년에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약칭: 교통약자법 )이 제정이 되었으나 자동차 주·정차 진입 방지 말뚝에 관한 내용은 없었다. 그러고도 몇 년이 지난 2012년 6월 1일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이 개정되면서 제21조 제1항 제5호에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이 포함되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법제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법제처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약칭: 교통약자법)
제21조(보행안전시설물의 설치) ① 시장이나 군수는 보행우선구역에서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다음 각 호의 보행안전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다. <개정 2017. 12. 26.>
1. 속도저감시설
2. 횡단시설
3. 대중교통정보 알림시설 등 교통안내시설
4. 보행자 우선통행을 위한 교통신호기
5.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
6. 교통약자를 위한 음향신호기 등 보행경로 안내장치
7. 그 밖에 보행자의 안전과 이동편의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설
② 시장이나 군수는 보행자의 편리한 보행과 안전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보행우선구역 외의 지역에 제1항제5호의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을 설치할 수 있다.
③ 제1항에 따른 보행안전시설물의 구조, 시설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3. 3. 23.>
[전문개정 2012. 6. 1.]

「교통약자법」 에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이라고 표기가 되자 어디서 누가 그랬는지 잘 모르겠지만 현실에서는 ‘볼라드’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볼라드는 차량의 인도 진입과 주·정차를 막아 보행자의 안전보호를 위해 설치되고 있는데, 부적합하게 설치될 경우 오히려 또 하나의 보행 걸림돌이 되어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 [별표 2] 보행 안전 시설물의 구조 시설기준(제9조 관련)에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이하 볼라드)에 관한 재질과 규격을 명시했다.

볼라드는 높이 80~100cm, 지름 10~20cm, 보행자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탄성이 있는 우레탄 재질로 1.5m 안팎의 간격으로 설치돼야 하며, 30cm 전면에 시각장애인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점형블록을 설치해야 한다.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별표2」(2010년~현재) ⓒ법제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교통약자법 시행규칙 별표2」(2010년~현재) ⓒ법제처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이 2012년 6월 1일에 개정된 「교통약자법」 제21조에 포함이 되었는데, 시행규칙은 그보다 2년이나 앞선 2010년 6월 30일에 개정되었다.

법보다 시행규칙이 먼저라니,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교통약자법」 은 국토관리부 소관이다. 국토관리부로 전화를 했다. 법보다 시행규칙이 먼저 제정된 것이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더니, 전화를 받은 사람도 잘 모르겠다며 알아보고 연락하겠다고 했다.

잠시 후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2008년도 개정법 제21조 ②항에 보행물의 시설 기준에 관한 조항이 있어서 시행규칙에 명시했고, 그 후에 2012년 법 개정에 “자동차 진입억제용 말뚝”이 ①항 5호로 포함되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승격이었다. 아하, 그런 일이 있었구나.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2009. 12. 29.) 제21조 (보행안전시설물의 설치)
②제1항의 규정에 의한 보행시설물의 구조, 시설기준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국토해양부령으로 정한다. <개정 2008. 2. 29.>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2009. 12. 29.). ⓒ법제처 에이블포토로 보기▲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2009. 12. 29.). ⓒ법제처
그러고도 몇 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예전의 대리석 볼라드를 설치한 곳이 더러 있다.

얼마 전에도 시각장애인 A 씨가 전화를 했다. 서면역에 내려서 초읍 쪽으로 나가면 길에 대리석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어 몇 번이나 무릎을 다쳤다고 했다. 아무래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부산진구청에 전화를 했단다.

구청에 전화했다기에 대리석 볼라드가 바뀐 줄 알았더니, 웬걸 그곳은 개인 사유지라서 구청에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하더란다.

필자 : “거기가 어딘데요?”
A 씨 : “신한은행이랍니다.”

그래서 A 씨는 신한은행으로 전화를 했는데 담당자와는 연락이 잘 안 되어서 전해달라고만 했다고 했다.
 
서면 신한은행 앞 볼라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서면 신한은행 앞 볼라드. ⓒ이복남
필자도 미처 몰랐던 사실이라 A 씨가 말하던 신한은행으로 나가 보았다. 과연 인도 한가운데 무릎까지 오는 대리석 볼라드가 길게 놓여 있었는데 은행은 이미 문을 닫은 시간이라 다음에 연락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며칠 후 A 씨가 볼라드를 치웠더라고 했다. 아무리 A 씨가 시각장애인이지만 길 한가운데 볼라드가 있고 없고를 모르겠느냐마는 볼라드를 치웠다기에 다시 한번 사진을 찍으러 갔다.

과연 신한은행 앞 인도 한가운데 있던 볼라드는 없어졌으나 그 자리에는 1톤 트럭 몇 대가 늘어서 있었다. 그리고 볼라드는 건물 담벼락으로 옮겨져 있었다. 왼쪽에는 노점상이고 오른쪽에는 1톤 트럭이 늘어서 있다면 시각장애인은 어쩌란 말인가.

은행으로 들어가 보니 공사 중이라 은행 업무는 6층에서 한다는 쪽지가 붙어 있었다. 6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잠겨 있었다. 오늘도 은행 업무 시간이 지난 모양이다. 문고리를 돌렸더니 안에서 사람이 나와 업무 끝났다고 했다. 은행 업무는 아니고 볼라드 때문에 왔다고 했더니 담당자에게 안내해 주었다.
 
신한은행 앞 옮긴 볼라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신한은행 앞 옮긴 볼라드. ⓒ이복남
담당자에게 볼라드 때문에 왔다고 했더니 전화를 받고 볼라드를 옮겼다고 했다.

필자 : “볼라드를 옮긴 거에요? 치운 거예요?”

필자가 보기에는 공사 중이라 공사 트럭을 세우려고 옮긴 것 같았던 것이다.

담당자는 볼라드를 치운 거라고 했다.

필자 : “볼라드 자리에는 트럭들이 서 있던데요?”

담당자는 그 땅의 인도는 본래 이만큼인데 하면서 종이에다 그림을 그렸다.

필자 : “아는데요. 그런데 시각장애인이 그런 것을 어떻게 알겠어요.”

담당자 : “죄송합니다. 공사하는 동안만이라도 좀 참아 달라고 해 주십시오.”

리모델링 공사는 내년 1월 말쯤 완공된다니까 그때까지는 참을 수밖에.

그러던 차에 정말로 부끄러운 일이 생겼다. 필자의 사무실은 부산역 맞은편 차이나타운에 있다. 차이나타운에는 화교소학교와 화교중학교가 있는데 화교중학교 담벼락에 삼국지 그림이 그려져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을 비롯하여 조조 손권 동탁 등 그들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고 담벼락 아래는 인도다. 그리고 인도와 차도 사이에 대리석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다.
 
화교중학교 앞 좌우 볼라드. ⓒ이복남 에이블포토로 보기▲ 화교중학교 앞 좌우 볼라드. ⓒ이복남
필자는 날마다 그 볼라드 앞을 지나다니면서도 그 대리석을 볼라드라고 인지하지 못한 채 지나가는 나그네들의 의자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신한은행 앞 볼라드 문제로 필자가 서면을 갔다 온 며칠 후 시각장애인 B 씨가 필자의 사무실을 찾아왔다. B 씨는 혼자서도 길을 잘 찾아다니는 사람이라 “잘 찾아오셨네요” 인사를 했다.

그런데 B 씨의 다음 말은 얼마나 필자를 부끄럽게 하든지 몸 둘 바를 몰랐다.

B 씨 : “화교중학교 쪽으로 왔는데 차가 와서 옆으로 비키려고 하니까 대리석 볼라드가 있더군요. 그것도 사각이라 무릎이 다 까졌습니다.”

세상에 이럴 수가! “미안합니다. 저도 잘 몰랐습니다.”

필자는 삼국지 그림 앞에 볼라드가 설치되어 있다는 것을 왜 모르고 있었을까?

동구청 장애인복지과로 전화를 했다. 물론 동구청 장애인복지과에서도 그런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한번 알아봐 달라고 했다. 이글을 쓰고 있는데 동구청에서 전화가 와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볼라드의 규격과 재질 등에 관해서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시행규칙」에 자세하게 나와 있으니 볼라드를 설치한 과와 의논을 해 보라고 했다.

화교중학교 삼국지 그림 앞에 설치된 사각 대리석 볼라드가 언제쯤 치워질지는 잘 모르겠지만.

볼라드(bollard)는 보행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할 수 있도록 자동차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된 말뚝을 말한다. 법에서 규정한 정식 용어는 ‘자동차 진입 억제용 말뚝’이다. 국어사전에는 ‘인도나 잔디밭 따위에 자동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설치한 장애물’이라고 되어 있다.

원래 볼라드는 정박해 있는 배의 위치를 고정하기 위해서 밧줄을 매어놓는 말뚝인 계선주(繫船柱)인데, 이후 우뚝 솟은 형태의 특징을 살려 도로와 인도를 구분하는 시설물로 그 용도가 확장되었고, 점차 볼라드의 쓰임새가 많아지면서 오늘날의 볼라드가 생겨났다고 한다.

* 이복남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하사가장애인상담넷(www.gktkrk.net)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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